교차로 2023. 9. 20. 23:37

W. 현님

 

 

  “키르, 그리고 또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뭔가 인상적인 일은 없어? 나, 돌아가면 일기에 쓸 거야. 키르가 헌터가 되었다는 거랑, 응, 또, 키르가 해 준 이야기랑, 아! 키르를 만나서 너무 즐거웠다는 말까지 적어야지. 응,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 키르를 다시 만나서 너무 기뻐!” 

 

 

  쏟아지는 말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물거품을 닮았다. 여기저기 통통 튀어 다니는 단어, 목소리에는 들뜬 기색이 선명하게 묻어나고, 순전히 환희를 가득 담은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웃음 짓게 만든다.

 

  그래, 두 사람이 만난 곳 발치에 피가 고여있다는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 할 만큼 밝은 목소리였다.

 

 

  "바보 토코, 그렇게 움직이면 피가 튀잖아.”

 

 

   토코는 키르아의 말에 화들짝 놀란 듯, “그럼 처리할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줘!"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색과 다르게 익숙한, 흠 하나 없는 손놀림. 능숙하게 사건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관록마저 느껴진다.

 

 

  “키르, 어디 가면 안 돼!" 하고 소리 높이는 모습을 보아서는 헤어지던 그 날과 다르지 않은데. 키르아는 문득 생각했다. 지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냥, 토코 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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