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W. 명멸님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공기를 채운다. 어둡고 건조한 영화관은 혼자 쓰기엔 더없이 넓어서 유독 더 적막하다. 어쩌다 영화를 보러 왔더라. 무슨 영화를 찾아왔더라. 드르륵거리며 돌아가는 영사기에서 송출되는 화면은 그저 백색 배경으로 가득 들어차 있을 뿐이다. 거대한 스크린을 눈에 담은 채로 키르아는 무거운 고요를 삼킨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늠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눈을 깜빡이다 보면 스크린은 어느새 까맣게 변했다가 다시금 환하게 변한다. 키르아. 제 이름을 명랑하게 부르는 금빛 아이를 데리고서. 화면 너머 자신을 바라보는 듯 기쁜 눈을 한 아이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름 모를 그 아이가 왜 자신을 찾는 건지 헤아리지 못할 때에. 덜컥. 영사기가 멈춘다. * 무거운 눈..
2024.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