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너머
W. 오후님 협소한 가게였지만 생각보다 천장이 높았다. 곳곳을 보란 듯이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자수의 태피스트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건들이 쌓여있는 무더기의 규칙성은 없는 것 같았다. 책장에는 고서들이 잔뜩 꽂혀 있었고, 바닥에는 칠이 벗겨진 항아리나 반쯤 깨져 더는 그 역할을 잘하지 못하게 된 그릇 같은 것들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었다. 중앙에 놓인 나무판 위에는 자질구레한 악세서리들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나무를 태운 듯한 선선한 향이 났다. 키르, 이것 좀 봐! 역시 이런 구석진 낡은 가게에 잘도 눈길을 준 사람다웠다. 골동품이라는 것도 결국 한 끗 차이로 고물의 운명에서 벗어난 것들일 뿐이니까. 어차피 버려진 것들의 더미라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은걸. 허나 어떤 이의 부름에, 큰 관심..
2024. 6. 17.